공부 02 / STUDY 02

전자를 움직인다는 것

2026년 8월 20일 밤. 전기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묻고 답한 기록입니다. 질문을 하나도 빼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제가 틀렸던 것과 그걸 바로잡은 것도 그대로 뒀습니다.

이 글이 정리된 교과서가 아닌 이유

아는 사람이 쓴 글은 어디가 어려운지 모릅니다. 자기가 어디서 막혔는지 이미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건 실제로 막힌 사람이 막힌 자리에서 물은 기록입니다. 순서도 그날 오간 그대로입니다.

1부. 태양광으로 전기를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 사실부터 깔아두겠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반 가정집이 태양광으로 전기를 쓰려면 물건을 여러 개 사야 합니다. 하나로 된 제품은 팔지 않습니다.

방식이 두 가지이고, 사야 하는 개수가 다릅니다.

방식사야 하는 것개수
캠핑처럼 독립으로 쓰기
집 전기와 상관없이 따로 씀
태양광 패널, 파워스테이션, 연결 케이블 두세 개
베란다에 고정하기
집 전기에 바로 밀어 넣음
모듈, 마이크로인버터, 난간 거치대, 케이블 두 종류, 스테인리스 결속 부속, 낙하 방지 장치 여섯 개 이상
관리사무소 동의와 높은 데서 하는 설치 작업까지

아래 문답은 첫 번째 방식을 놓고 오간 것입니다. 우리가 만들려는 물건이 그쪽이라서요. 그러니 등장인물은 둘입니다. 태양광 패널파워스테이션.

그런데 파워스테이션이 무엇인지부터 몰랐습니다. 거기서 시작했습니다.

Q

파워스테이션이 이런 거 말하는 건가?

네. 한마디로 커다란 보조배터리에 콘센트가 달린 것입니다.

사면 안에 전기가 없습니다. 빈 통입니다. 집 콘센트로 채워도 되고 태양광으로 채워도 됩니다.

상품명에 두 가지 숫자가 붙습니다. 제1강에서 본 그 차이가 여기서 쓰입니다.

살 때 무슨 뜻이냐
W빠르기얼마나 기기를 돌릴 수 있나
Wh얼마나 오래 쓸 수 있나

1000W짜리는 전기장판(100W)은 되고 전기주전자(1500W)는 안 됩니다. 1000Wh짜리는 100W 기기를 열 시간 돌립니다. 하나는 힘, 하나는 지구력입니다.

배터리 65% 손잡이 들고 다니는 물건 화면 얼마나 남았나 출력 여기에 선풍기를 꽂음 환풍구 입력 여기에 패널을 꽂음
앞면의 구멍은 전부 꺼내 쓰는 자리입니다. 태양광 패널을 꽂는 입력 구멍은 보통 옆이나 뒤에 하나 있어서 사진에는 잘 안 보이는데, 우리 이야기에서는 이게 제일 중요한 구멍입니다.

그런데 이 상자만 사면 되는 게 아닙니다. 파워스테이션은 담고 꺼내주기만 할 뿐, 전기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사면 안이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를 만들 물건을 따로 사야 합니다. 그게 태양광 패널입니다. 물건이 두 개가 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Q

두 개를 따로 산다는 게 이해가 안 돼. 케이블로 뭘 잇는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쓰려면 일이 세 가지 필요합니다.

태양광 패널 만들기 케이블 파워스테이션 담기 + 꺼내 쓰기
패널은 만들기만 하고, 파워스테이션은 담고 꺼내주기만 합니다. 둘은 따로 파는 물건이라 케이블로 이어야 합니다.

물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패널은 수도꼭지, 파워스테이션은 물통, 케이블은 호스입니다.

수도꼭지만 있으면 물이 흘러가버리고, 물통만 있으면 채울 물이 없습니다. 둘 다 있어야 하고, 이어야 합니다.

파워스테이션에는 구멍이 두 종류 있습니다. 입력은 전기를 넣는 자리라 여기에 패널을 꽂고, 출력은 꺼내는 자리라 여기에 선풍기를 꽂습니다.

2부. 햇빛에서 얼마나 건질 수 있나

여기서 이야기가 옆으로 샜습니다. 우리가 만들려는 기기의 그림을 그리면서 화면에 182W라고 적어 넣었는데, 제가 그 숫자는 나올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맑은 날 지표에 쏟아지는 햇빛이 1제곱미터당 약 1000W이고, 패널은 그중 20퍼센트쯤을 건진다. 그러니 그 크기로는 40W 남짓이 정직한 숫자라고요.

그 문장이 그대로 다음 질문이 됐습니다.

Q

1제곱미터에 1000W. 저게 무슨 말이야?

맑은 날 낮에 땅 1제곱미터에 태양이 쏟아붓는 힘이 약 1000W입니다. 사람이 못 바꿉니다.

1제곱미터는 밥상 하나 정도, 1000W는 전자레인지 한 대 돌리는 힘입니다.

햇빛 1000 W 패널 1제곱미터 (밥상 하나) 200 W 건지는 것은 20퍼센트 나머지 800 W는 열로 날아감
밥상만 한 넓이에 전자레인지 한 대 돌릴 햇빛이 쏟아지는데, 건지는 것은 5분의 1입니다.
패널 크기나오는 전기
밥상 하나 (1㎡)200W
그 절반 (0.5㎡)100W
노트북보다 조금 큰 판 (0.18㎡)약 36W

면적이 곧 전기입니다. 작은 물건에서 큰 전기를 뽑는 방법은 없습니다. 태양광 보조배터리 리뷰에 "3일 놔둬도 한 칸도 안 올랐다"가 나오는 이유가 이겁니다.

Q

패널이 왜 햇빛을 전부 전기로 못 바꿔? 이것도 자연이야, 아니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야?

둘 다입니다. 천장은 자연이 정했고, 그 아래는 사람의 몫입니다.

햇빛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무지개처럼 여러 색이 섞여 있고 색마다 힘이 다릅니다. 그런데 실리콘은 편식을 합니다.

100 문턱을 못 넘음 그냥 통과 약한 빛 500 딱 맞음 전기가 됨 맞는 빛 1000 거스름돈 없음 남는 힘은 열로 센 빛
500원만 받는 자판기와 같습니다. 100원은 안 받고, 1000원을 넣어도 500원어치만 나옵니다.

이 편식 때문에 실리콘 한 겹으로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33퍼센트가 한계입니다. 물리 법칙이라 돈으로 못 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파는 건 20에서 23퍼센트입니다. 그 사이 10퍼센트포인트가 공학의 몫입니다. 반사, 전극 그림자, 새어나가는 전기 같은 것들이요. 실험실에서는 27퍼센트까지 나왔습니다.

33퍼센트를 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러 겹을 쌓는 것입니다. 자판기를 여러 대 세워 각각 다른 동전을 받게 하는 셈입니다. 실험실에서 30퍼센트대 중반이 나왔지만 아직 대량 생산은 안 됩니다.

그런데 이건 우리 몫이 아닙니다

패널 효율을 올리려면 반도체 공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패널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서 쓰는 사람입니다.

햇빛 1000W도, 효율 20퍼센트도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입니다. 둘을 곱하면 밥상 한 장에 200W. 여기서 시작합니다.

3부. 실리콘이 무엇인가

바로 앞에서 실리콘은 편식을 한다는 말을 썼습니다. 패널이 햇빛을 다 못 쓰는 이유를 설명하면서요.

그런데 그 단어부터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Q

실리콘이 뭔데? 아직 이해 못했어.

모래에서 뽑아낸 물질입니다. 한국말로는 규소라고 합니다.

지구 껍데기에서 산소 다음으로 흔합니다. 그래서 쌉니다. 태양광이 퍼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만 아주 순수하게 걸러내야 해서 그 정제에 돈과 전기가 많이 듭니다.

왜 하필 실리콘이냐면 반도체이기 때문입니다.

전기가
도체구리, 철잘 통함
부도체고무, 유리, 나무안 통함
반도체실리콘때에 따라

때에 따라가 핵심입니다. 구리는 언제나 통하고 고무는 언제나 안 통합니다. 둘 다 우리가 어쩌지 못합니다. 실리콘만 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그 조건을 사람이 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리콘으로 스위치를 만들 수 있고, 그 스위치를 잔뜩 모은 게 컴퓨터 칩입니다. 태양광 패널과 컴퓨터 칩이 같은 재료인 이유입니다.

Q

실리콘으로 뭘 굳게 만들기도 하던데 그건 다른 실리콘인가?

다른 겁니다. 영어로는 e 하나 차이입니다.

규소 (Silicon)실리콘 (Silicone)
정체원소. 자연에 있는 물질사람이 만든 화합물
모양딱딱한 회색 돌덩이말랑한 고무나 젤
쓰임태양광 패널, 컴퓨터 칩욕실 실리콘, 주방 조리도구, 방수

실리콘 고무를 만들 때 규소를 원료로 씁니다. 부모와 자식 같은 관계인데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둘 다 실리콘이라고 불러서 헷갈립니다. 정확히는 원소가 규소, 고무가 실리콘입니다.

딱딱하고 회색이면 전기를 만들고, 말랑하고 투명하면 물을 막습니다.

여기서 태양광 발전소 사진을 한 장 찾아왔습니다. 파란 판이 끝없이 깔려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Q

얘네들이 패널들이란 얘기지? 얘네들을 만드는 게 실리콘이고?

맞습니다. 큰 판 하나가 패널이고, 그 안의 작은 네모 하나하나가 입니다. 그 셀이 실리콘 조각입니다. 모래에서 뽑아 얇게 썬 것이요.

셀 위의 가느다란 은색 줄은 전선입니다. 빛에 맞아 풀려난 전자를 모아 밖으로 나르는 길입니다.

셀 한 장이 대략 가로세로 15센티, 패널 한 장에 60에서 72장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패널 한 장이 대략 가로 1미터 세로 1.7미터, 사람 키만 합니다.

직접 검산해 보십시오

1.7제곱미터 × 200W = 약 340W

실제로 파는 패널이 300에서 400W입니다. 계산이 맞습니다.

색으로도 구분됩니다. 파란 것은 실리콘을 녹여 굳혀 결정이 여럿이고, 까만 것은 하나의 큰 결정으로 잘라낸 것입니다. 까만 게 더 비싸고 조금 더 잘 나옵니다.

4부. 전자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빛이 전자를 떼어낸다는 말을 여러 번 썼습니다. 제1강에서도 전기는 전자가 밀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 전자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누가 만들어 넣는 것인가. 다음 질문이 그것이었습니다.

Q

전자는 그러니까 일종의 자연 같은 거네? 그냥 알아서 존재하는 거, 지구가 존재하는 이상?

정확합니다. 전자는 모든 물질 안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책상에도, 물컵에도, 공기에도, 우리 손에도요.

우주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생겼고 그 뒤로 계속 있습니다. 지구보다 훨씬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는 만들어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 말이 사실 틀렸습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전기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전자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이미 있는 전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실제로 일어나는 일
전기를 만든다이미 있는 전자를 움직이게 한다
전기를 쓴다전자의 움직임에서 힘을 얻는다
전기가 없다전자가 안 움직인다

발전소가 하는 일도 같습니다. 화력은 석탄을 태워, 원자력은 핵분열 열로, 수력은 떨어지는 물로, 풍력은 바람으로 돌립니다. 태양광만 안 돌립니다. 빛이 전자를 직접 풀어줍니다.

그래서 태양광에는 움직이는 부품이 없습니다. 고장날 게 없어서 20년 넘게 갑니다.

이게 왜 좋은 소식이냐

재료가 공짜라는 뜻입니다. 전자를 사올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실리콘 안에 다 들어 있고 햇빛도 공짜입니다. 우리가 돈을 내는 건 담아둘 판과 배터리뿐입니다.

Q

그렇다면 모든 개인이 스스로 전자를 움직일 수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거네?

물리적으로는 그게 정확한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게 생깁니다.

느낌
전기를 만든다없던 걸 창조한다. 대단한 일. 발전소가 하는 일
전자를 움직이게 한다이미 있는 걸 흐르게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모든 개인이 할 수 있다가 구호가 아니라 사실이 됩니다.

재료가 이미 모두에게 있으니까요. 부족한 건 재료가 아니라 움직이게 하는 방법뿐이고, 그 방법은 배우면 됩니다.

Q

가만히 있는 물체를 손으로 왼쪽으로 휘저었을 때 그 물체가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 그 물체가 전자라면, 그게 곧 전기인가?

거의 맞습니다. 두 가지만 더하면 완성됩니다.

첫째, 전자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나게 빠르게 튀어 다닙니다. 다만 방향이 제각각이라 서로 상쇄됩니다.

둘째, 전기는 거기에 방향이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은 방향이 없습니다. 전기가 아닙니다.
직접 눌러보세요. 점 하나하나가 전자입니다. 누르기 전에도 전자는 계속 움직입니다. 다만 제각각이라 전기가 아닙니다.

광장에 사람이 가득한 것과 같습니다.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면 전기가 아니고, 다 같이 한쪽으로 걸어가면 전기입니다.

그래서 제1강에서 전자가 한 시간에 수십 센티밖에 못 간다고 했던 겁니다. 빠르게 튀는 건 상쇄되고 남는 건 그 느린 밀림뿐이라서요.

셋째, 하나로는 안 됩니다. 물 한 방울로는 물레방아를 못 돌립니다. 강물이 흘러야 돌아갑니다.

가만히 있는 물체를 미는 게 아니라, 이미 마구 흔들리고 있는 수많은 알갱이에게 한쪽 방향을 주는 것. 그게 전기입니다.

5부. 전자를 움직이는 방법

전기가 전자에게 한 방향을 주는 일이라면, 그 방향을 주는 방법이 무엇인지가 다음 질문이 됩니다.

Q

전자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고, 어떻게 하다가 그걸 찾은 거야?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방법어떻게어디에 쓰나
화학두 금속과 액체가 반응하며 전자를 한쪽으로 몰아냄배터리
자석과 운동자석 옆에서 구리선을 움직이면 전자가 밀림발전소 전부
빛이 전자를 묶인 자리에서 떼어냄태양광
두 금속의 온도가 다르면 전자가 이동온도계, 우주선
압력수정을 누르면 전기가 튐가스레인지 점화, 라이터
마찰문지르면 전자가 옮겨감정전기

실제로 쓰는 건 위의 셋입니다. 세상 전기의 거의 전부가 두 번째입니다. 화력이든 원자력이든 풍력이든 수력이든 결국 다 돌려서 자석 옆에서 구리선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무엇으로 돌리느냐만 다릅니다.

어떻게 찾았나

  • 1800볼타두 금속과 소금물을 겹쳐 쌓았더니 전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최초의 배터리입니다. 전압 단위 볼트가 이 사람 이름입니다.
  • 1820외르스테드강의 중이었습니다. 전선에 전기를 흘렸는데 옆의 나침반이 움직였습니다. 완전히 우연이었고, 이걸로 전기와 자기가 한 몸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 1831패러데이반대로 해봤습니다. 자석을 코일 속에서 움직였더니 전기가 생겼습니다. 이게 발전기의 원리이고, 지금 우리집 콘센트에 오는 전기가 200년 전 이 원리로 만들어집니다.
  • 1839베크렐열아홉 살이었습니다. 아버지 실험실에서 다른 실험을 하다가 액체에 담근 금속에 빛을 비추니 전류가 늘어나는 걸 봤습니다. 태양광의 시작입니다.
  • 1905아인슈타인왜 그런지 설명했습니다. 빛이 알갱이라서 전자를 때린다는 것이요.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이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 1954벨 연구소실리콘으로 태양전지를 만들었습니다. 효율 6퍼센트였습니다. 지금 20퍼센트대니 70년 동안 세 배 좋아졌습니다.
공통점은 우연이었다는 것

외르스테드는 강의하다가, 베크렐은 다른 실험하다가, 벨 연구소는 트랜지스터를 연구하다가 발견했습니다.

찾으려고 해서 찾은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이상한 걸 봤고, 그걸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패러데이는 학교를 못 다녔습니다. 가난한 대장장이 아들이었고 열네 살에 제본소 견습공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을 묶으면서 그 책을 읽었습니다. 수학도 거의 못해서 나중에 다른 사람이 그의 발견을 수식으로 정리해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지구상의 모든 발전소가 그가 찾은 원리로 돌아갑니다.

6부. 붙잡혀 있다는 것

여섯 가지 중 화학부터 자세히 보기로 했습니다. 배터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요.

그 설명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전자는 금속 안에 붙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금속마다 붙잡는 힘이 다릅니다. 아연은 헐렁하게 잡고 구리는 꽉 잡습니다. 그래서 둘을 이어주면 전자가 아연에서 구리로 이사를 가고, 그 이사가 전기입니다.

여기서 바로 걸렸습니다.

Q

전자는 금속 안에 붙잡혀 있다고? 아까 전자는 계속 끊임없이 움직인다며.

여기서 제 설명이 부정확했습니다

같은 단어를 두 가지 뜻으로 썼습니다. 움직이는 것벗어나는 것은 다른데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방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계속 왔다갔다 서성입니다. 움직입니다. 그런데 방 밖으로는 못 나갑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전자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방의 크기가 물질마다 다릅니다.

방 크기전기가
구리아주 큼. 금속 덩어리 전체가 방잘 통함
고무아주 작고 열 방법이 없음안 통함
실리콘작은데 문을 열 수 있음때에 따라

빛은 그 좁은 방의 문을 열어줍니다. 문이 열리면 전자가 나와서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게 태양광입니다.

Q

구리는 왜 방이 아주 크고 실리콘은 왜 아주 작은 거지? 그건 그냥 자연인가?

네, 자연입니다. 다만 왜 그런지는 설명이 됩니다. 원자들이 손잡는 방식이 다릅니다.

Cu
구리 · 2, 8, 18, 1 · 총 29개
바깥에 노란 점 하나만 있습니다
Si
실리콘 · 2, 8, 4 · 총 14개
바깥에 노란 점이 넷 있습니다

구리는 공용입니다. 그 하나 있는 전자를 다 같이 내놓고 공유합니다. 어느 원자 소속도 아니라 덩어리 전체를 떠돕니다. 그래서 방이 큽니다.

실리콘은 짝이 정해져 있습니다. 바깥에 4개가 있고 이웃 원자도 4개라, 하나씩 나눠서 손을 맞잡습니다. 남는 손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리콘이 딱 좋습니다

구리는 너무 자유롭고 고무는 너무 꽉 묶여 있습니다. 실리콘만 손을 잡고 있는데 살짝 밀면 놓습니다.

너무 세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그 중간이라서 사람이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광 패널도 컴퓨터 칩도 다 실리콘입니다.

Q

여기서 말하는 게 제일 바깥쪽에 전자가 1개 있어서 1개라고 한 거야? 그럼 구리의 전자는 총 몇 개인데?

네, 제일 바깥 껍질의 그 1개입니다. 구리의 전자는 총 29개입니다. 2 더하기 8 더하기 18 더하기 1입니다.

안쪽 전자들은 원자핵에 꽉 붙들려 있습니다. 핵에 가까울수록 세게 잡히니 28개는 절대 안 나옵니다. 제일 바깥 1개만 헐렁하게 걸려 있고 그놈만 나옵니다.

그래서 전기 이야기를 할 때는 바깥 껍질만 봅니다. 실리콘은 2 더하기 8 더하기 4로 총 14개, 바깥에 4개입니다.

위 원자 그림은 개수를 세기에는 정확한데 실제 모양은 아닙니다. 진짜 전자는 저렇게 동그란 궤도를 뱅뱅 도는 게 아니라 구름처럼 퍼져 있고,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습니다. 다만 몇 개인지 어느 껍질인지는 이 그림이 맞아서, 전기를 이해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Q

만약에 구리의 맨 바깥쪽 전자가 2개였다면 지금만큼 자유롭지는 못한 건가? 그리고 전자들은 2개가 보통 한 짝인가?

실제 예가 있습니다. 아연입니다.

총 전자껍질 배치바깥
구리29개2, 8, 18, 11개
아연30개2, 8, 18, 22개

전자 하나 차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연이 전기가 덜 통합니다. 구리가 아연보다 세 배 넘게 잘 통합니다. 전선을 구리로 만드는 이유입니다. 짐작하신 게 맞습니다.

전자는 2개가 한 짝 맞습니다. 자리 하나에 최대 두 명까지 들어갑니다. 그래서 껍질에 들어가는 수가 2개, 8개, 18개로 다 짝수입니다.

더 중요한 규칙

원자는 바깥 껍질을 꽉 채우거나 아예 비우려고 합니다. 어중간한 걸 싫어합니다.

구리는 바깥의 1개만 버리면 아래 껍질 18개가 꽉 찬 깔끔한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미련 없이 버립니다. 버리는 게 이득이니까요.

실리콘은 4개를 버리기도 얻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씁니다. 이웃과 하나씩 나눠 쓰는 것입니다.

Q

이웃과 하나씩 나눠 쓴다는 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구리가 바깥에 1개니까 오히려 구리가 더 잘 놓는 거 아닌가? 아연은 2개니까 덜 놓고?

먼저 나눠 쓴다는 것

실리콘 원자에게 손이 4개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바깥 전자 4개가 그 손입니다. 그리고 이웃 원자가 4개 있고 그들도 손이 4개입니다. 서로 한 손씩 맞잡습니다.

SiSiSi 햇빛 맞잡은 손 = 결합 풀려난 전자
맞잡은 손은 둘이 같이 씁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못 떠납니다. 빛이 오면 그 손이 떨어지고, 풀려난 전자가 돌아다닐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실리콘 원자는 이렇게 셈합니다. 내 손 4개 더하기 이웃이 내민 손 4개는 8개. 8개면 꽉 찬 겁니다.

대가가 있습니다. 손을 맞잡고 있으니 그 자리를 못 떠납니다. 그래서 실리콘은 방이 작습니다. 빛이 하는 일이 그 맞잡은 손을 떼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

추론은 맞는데 결과는 반대입니다. 제 비유가 여기서 깨집니다

바깥에 1개면 더 쉽게 놓을 것 같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연이 더 잘 놓습니다.

제가 썼던 손이 헐렁하다 꽉 쥔다는 설명은 전기가 잘 통하는 걸 설명할 때는 맞는데 화학 반응에는 안 맞습니다. 하나의 비유로 둘 다 설명하려 한 게 무리였습니다.

물에 담갔을 때 전자를 내놓느냐는 여러 힘이 겹쳐서 정해집니다. 원자에서 전자를 떼는 힘, 금속 덩어리에서 원자를 떼내는 힘, 떨어져 나온 것이 물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이 셋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해서 개수만 보고는 답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화학자들은 계산으로 예측하지 않고 금속을 하나씩 다 실험해서 순서표를 만들어 놨습니다. 그 표에서 아연이 구리보다 위에 있어서 아연이 내놓고 구리가 받습니다.

무엇을 볼 때어떤 규칙
전기가 잘 통하나바깥 전자 개수. 1개인 구리가 유리
화학 반응에서 전자를 내놓나실험으로 만든 순서표. 아연이 위

같은 금속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순서가 바뀝니다.

오늘 손에 넣은 것

이 글에 틀린 게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공학을 배운 적 없는 사람이 하룻밤에 배운 것을 적었습니다. 틀린 게 나오면 고치고, 고친 자리도 그대로 남기겠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찾으시면 nodos.kr@gmail.com 으로 알려주십시오. 그게 이 기록을 더 쓸모 있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