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01 / STUDY 01

전기란 무엇인가

전자공학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당연하게 넘어가는 자리부터 적습니다. 이 강이 끝나면 우리 집 베란다에서 나온 숫자를 스스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1. 전기는 달려오지 않습니다

스위치를 켜면 발전소에서 전기가 출발해 우리 집까지 달려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전선 안에는 이미 전자가 가득 차 있습니다. 스위치를 켜는 일은 출발 신호가 아니라 미는 힘을 거는 일입니다.

물이 가득 찬 긴 호스를 떠올려 보세요. 한쪽 끝에서 물을 밀어 넣으면 반대쪽 끝에서 즉시 물이 나옵니다. 방금 밀어 넣은 그 물이 나온 게 아니라, 원래 거기 있던 물이 밀려 나온 겁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전기는 빛에 가까운 속도로 켜지지만, 전자 하나하나는 아주 천천히 움직입니다. 한 시간에 수십 센티미터 정도입니다. 걷는 것보다 느립니다.

불이 즉시 켜지는 이유는 전자가 빨라서가 아니라, 이미 온 줄에 꽉 차 있어서입니다.

이게 공부하면서 처음 놀란 자리였습니다.

2. 물로 바꿔 놓으면 다 이해됩니다

전기를 재는 단위가 세 개 나옵니다. 셋 다 물로 바꾸면 바로 이해됩니다.

수압 = 전압 (V) 흐르는 물의 양 = 전류 (A) 좁은 곳 = 저항 (Ω) 물탱크
전압은 미는 힘, 전류는 실제로 흐르는 양, 저항은 흐름을 막는 정도입니다.
전기물로 바꾸면단위
전압수압V 볼트얼마나 세게 미는가
전류흐르는 물의 양A 암페어실제로 얼마나 흐르는가
저항호스의 좁음Ω 옴얼마나 막는가

여기서 바로 나오는 게 하나 있습니다. 수압이 아무리 높아도 호스가 좁으면 물은 조금밖에 안 나옵니다. 전기도 똑같습니다. 전압이 높아도 저항이 크면 전류가 적습니다.

옴의 법칙

전류 = 전압 ÷ 저항

이름은 거창하지만 방금 그 문장을 기호로 쓴 것뿐입니다. 미는 힘을 막는 정도로 나누면 실제 흐르는 양이 나옵니다.

3. 와트는 일하는 빠르기입니다

그런데 전압만 알아도, 전류만 알아도 이게 얼마나 큰 일인지는 모릅니다.

수압이 높아도 물이 한 방울씩 나오면 물레방아는 안 돌아갑니다. 물이 많이 나와도 힘없이 흐르면 역시 안 돌아갑니다. 둘을 곱해야 실제로 하는 일의 크기가 나옵니다.

와트 (W)

전압 × 전류 = 와트

100W 전구는 1초에 100만큼의 에너지를 쓴다는 뜻입니다. 빠르기입니다.

4. 와트와 와트시. 여기가 제일 헷갈립니다

이 자리에서 제일 오래 헤맸습니다. 그리고 이걸 모르면 태양광 이야기를 한 줄도 읽을 수 없습니다.

와트 (W)와트시 (Wh)
무엇인가빠르기
수도로 치면수도꼭지를 얼마나 열었나양동이에 받은 물의 총량
질문지금 얼마나 세게 쓰나다 해서 얼마나 썼나

100W 전구를 세 시간 켜면 300Wh를 쓴 겁니다. 빠르기에 시간을 곱하면 양이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읽습니다

300W 태양광 패널. 해가 가장 좋을 때 초당 이만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300Wh 파워스테이션. 담아둘 수 있는 총량

숫자가 같아도 뜻이 전혀 다릅니다. 하나는 빠르기고 하나는 양입니다.

kWh 의 k 는 천 배라는 뜻입니다. 1kWh = 1,000Wh. 전기요금 고지서에 찍히는 단위가 이것입니다. 한 달 동안 받은 물의 총량인 셈입니다.

5. 이제 우리 집 숫자를 읽어봅니다

조사한 결과, 우리 집 조건에서 300W 패널 하나는 한 달에 10에서 14kWh를 만듭니다. 가운데를 잡아 12kWh로 놓고 읽어보겠습니다.

400Wh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한 번에 드는 양하루치 400Wh로
휴대폰 충전약 20Wh약 20번
노트북 충전약 60Wh약 6번
선풍기 (50W)한 시간에 50Wh약 8시간

이게 우리 집 베란다가 하루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부입니다.

솔직히 작습니다. 4인 가구가 한 달에 쓰는 전기의 3퍼센트쯤 됩니다. 전기요금으로는 한 달에 3천 원 안팎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이건 0에서 시작해 처음으로 손에 쥔 숫자입니다. 남이 알려준 게 아니라 직접 계산해서 나온 값이고, 틀리면 고칠 수 있는 값입니다.

작다고 안 하는 게 아니라, 작다는 걸 알고 시작하는 겁니다. 부풀려서 시작하면 나중에 무너집니다.

이번 강에서 손에 넣은 것